[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지난 2013년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이 개최한 국제창업행사 ‘글로벌 스타트업 워크숍(GSW)’에서 수상자 4명 중 동양인이 1명 있었다. 주인공은 당시 영남대학교 3학년이던 우상범 고퀄 대표. 그가 미국에서 선보인 기술은 와이파이 모듈로 집의 인터폰 화면을 스마트폰에서 볼 수 있는 일종의 방범 시스템이었다.
우상범 대표는 GWS에 참여하기 전부터 이미 여러 대회에서 수상자로 이름을 알렸다. 영남대 교내 창업 경진대회, 대구 경북 창업 경진대회, 전국 대학생 창업 경진대회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사물인터넷(IoT)와 관련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전 분야에서 특기를 가졌다.
자신의 특기를 활용한 기술로 우 대표는 대학 졸업 전인 2014년, ‘고퀄’이란 회사를 창업해 지금까지 유명 스타트업 반열에 올려 놓았다. 국내 창업 경진대회 상금을 합친 1500만원과 정부 스마트벤처창업학교 과정에서 받은 1억원을 창업 자금으로 썼다.
우 대표는 “스타트업 창업 후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믿어준 투자자와 고객 덕분에 지난해 118억원 매출을 올렸다”고 말했다.
창업 초기 아이템은 기업간거래(B2B) 대상 전등 스위치였다. 스마트폰으로 집 밖에서도 점등과 소등이 가능하도록 와이파이 모듈을 탑재했다. 주 타깃은 건설회사에 정보기술(IT) 기기를 납품하는 홈네트워크 회사들이었다. 하지만 전등 스위치를 향한 건설회사 반응은 크지 않았다. 우 대표가 국제 대회 수상자라는 게 주목을 끌긴 했지만, 즉시 매출 상승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우 대표는 “사업이 쉽지 않았지만 스마트폰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사물인터넷(IoT)도 뜰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며 “이런 날이 빨리 오게 하기 위해 일반 사용자가 쉽게 사용할만한 기기 연구에 박차를 가했다”고 설명했다.
고퀄이 본격적인 기업과 소비자간거래(B2C) 공략을 시작한 건 2019년부터다. 고퀄은 소비자 대상 직접판매(D2C) 방식 온라인 쇼핑몰 ‘헤이홈’을 열어 고객 접점을 넓혔다. 카페24 플랫폼을 활용해 자체 쇼핑몰을 구축했기 때문에 큰 투자가 필요 없었다.
이는 비용절감과 운영 효율에도 도움이 됐다. 고퀄은 홈페이지로 들어온 고객들을 위해 제품마다 원리와 방범·인테리어 등 효과를 쇼핑몰 콘텐츠로 설명하는 데 집중했다.
고퀄 자사몰 ‘헤이홈’ 홈페이지 갈무리
고퀄은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반영된 제품들이 다양하다. 예를 들어 2만원대 ‘리모컨 허브’를 집에 두면 인터넷이 되는 공간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집 안 에어컨과 TV를 가동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기업 가전제품 리모컨 신호를 이 허브가 학습했기 때문이다. 우 대표도 무더위 속 집에 도착하기 전, 리모컨 허브로 에어컨을 켜놓는 등 유용하게 활용 중이다.
커튼을 열거나 닫는 것도 제자리에서 스마트폰으로 가능하다. 커튼 모터에 달린 와이파이 모듈이 명령을 인식하는 원리다. 집 안에 설치한 카메라가 촬영한 화면이 스마트폰에 뜨는가 하면, 일정 주기마다 반려 동물에게 사료를 급식할 수도 있다. 현재 IoT 관련해 확보한 특허는 8개다.
우 대표는 “사업의 모토로 ‘몰랐던 편안함, 달라진 일상’을 추구한다”며 “사람들이 얼마나 더 편해질 수 있는지 깨달을 수록 고퀄이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퀄의 전략이 적중했다는 점은 최근 매출이 증명하고 있다. 자사몰을 처음 열었던 2019년 매출은 8억원에 불과했지만 2021년엔 94억원, 지난해 118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올해도 지난해 이상 호조를 보이고 있다. 직원 수도 어느새 50여명으로 늘었다.
투자 유치액은 누적 80억원 정도를 기록 중이다. 지난 2021년 한샘과 코오롱인베스트먼트 등에서 50억원, 지난해에는 우미건설에서 20억원을 투자 받았다. IoT를 결합한 스마트 인테리어 시장 확대 가능성을 기업들이 그만큼 높게 평가한다는 뜻으로 우 대표는 보고 있다.
우 대표는 향후 목표로 ‘매터(Matter)’ 프로토콜 대응 제품개발을 꼽았다. 매터는 스마트홈 글로벌 표준 연합 ‘CSA(Connectivity Standards Alliance)’이 발표한 기술이다. CSA엔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구글, 아마존, 애플 등 빅테크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즉 매터를 활용한 IoT는 CSA 참여 기업 기기를 폭넓게 제어할 수 있다.
고퀄은 이미 이 분야에 승부수를 던진 상태다. 아직 이름을 밝히진 않았지만 고퀄은 이미 한 대기업과 매터 관련 제품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매터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으면 회사 성장세에 한층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우 대표는 “더 많은 기업 IoT를 적극 도입할 수 있도록 기술 연구에 매진할 계획”이라며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뀔 때 못지 않은 생활 혁신이 IoT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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